'지 하기 나름이다'를 반성함

 복직은 했지만 과원 교사이므로 맡은 업무도 없고, 담당 학급도 없다. 다른 선생님이 연가나 병가 등을 내면 보결 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과원, extra 노동력이다.

 오늘에서야 처음으로 수업을 했는데, 5학년 담임 중 한 선생님이 사정이 있어 결근하셨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하교 지도까지 담임 역할을 맡았다.
 나로서는 1년 반만에 한국인 대상으로 수업을 하였다. 5학년 담임 보결을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는 전 날 오후에야 연락을 받았고, 딱히 수업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말로 익숙한 과목을 수업하니 참 편했다. 수업을 잘 하고 못 하고를 떠나 무슨 말을 해야할지 부터 고민해야 했던 보츠와나 시절과는 다르게 편했다. 생각나는 대로 뱉으면 그것이 말이 되었고, 학생들은 똑똑해서 대충 대충 던지듯 말하면 잘 받아들였다.
 더워서 옷이 꿉꿉해지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끼기는 했지만, 보츠와나에서 흘리던 땀에 비할 바도 못 되었다. 뉴스에서는 학교 내 에어컨 이용을 소재로 왈가왈부했지만 크게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었으니 무척 쾌적하였다.



 평소 '지 하기 나름이다' 혹은 비슷한 취지의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다녔는데, 이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반성을 하고 있다. 개인을 둘러싼 환경이 현저하게 차이가 나면 개인이 누리는 여건이나 얻을 수 있는 기회 역시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게 눈에 선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 교육에 관심이 있고 없고, 하다못해 필요한 때에 학원을 마음껏 다니고 다니지 못 하고의 차이는 결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하물며, 선진국 반열로 들어서고 있는 나라와 순위를 뒤에서 부터 세는 게 빠른 나라의 교육수준은 차이를 보였다. 아무리 멀다지만 비행기 타면 하루면 갈 거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양쪽의 구성원들의 삶의 모습은 큰 차이를 보였다. 진부하고 새로울 것도 없고, 짐작하여 알 수 있는 사실이지만 이를 체감하는 것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교육자로서의 가치관에도 상당한 변화를 일으킨 경험이었다.

 그 변화가 무엇인지 일일이 풀어쓰기는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요지는 교육의 힘은 크다는 것. 잘 가르치고 잘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이 몹시 중요하다는 것. 기회의 균등을 제공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과업이라는 것.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둘러싼 환경을 보아야 한다는 점 등 새로울 것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편 타당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치들임은 분명하다. 이를 더 절실하게 깨닫고 실천의 의지를 다지는 것은 보츠와나에서 얻어온 큰 선물이라 하겠다.





'지 하기 나름이다'를 반성함 '지 하기 나름이다'를 반성함 Reviewed by Kopano on 6월 16, 2020 Rating: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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