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털기.

 집을 비워야지.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만 털면 짐정리는 끝이다.
 냉동칸에서 잠자던 고기들부터 처리했다. 냉동칸에는 꽤 오래전에 사둔 돼지다리, 닭, 양 어깨 살, 연어, 홍합, 자숙 새우 등이 있었다. 한 이주 동안 열심히 파 먹었더니 냉동칸이 이제는 거의 비었다.
 신기하니까 먹어보자는 핑계로 향신료도 종류별로 많이 샀었다. 후추나 파슬리 같은 것들은 흔히 볼 수 있으니 그렇다 치고, 강황 가루, 말린 바질, 캐러웨이 씨, 양파 가루, 마늘 가루, 계피 가루, 큐민 가루.... 어쩌다 이렇게 많아졌나 싶다.

 덕분에 재료를 아끼지 않고 밥을 해먹고 있다. 레시피에서 양파를 두개를 넣으라면 세개를 넣었다. 닭을 삶을 때 생강이 적당히 있어야 잡내가 사라진다길래 한 웅큼씩 넣기도 했다. 마늘은 당연히 한주먹을 넣었다. 국수를 해먹겠다고 한국에서 육수포를 사왔었는데, 설명서에는 1인분에 한개를 넣으라고 했다. 1.5인분의 국수를 만들며 육수포 세개를 썼다. 단연 맛이 좋다. 해산물이 귀한 나라라 냉동 자숙 새우는 구하기도 어렵고 값도 비싸다. 아껴 쓰려고 했던 건 아닌데 어쩐지 손이 안 가던 식재료였다. 일주일 간 볶음밥에도 넣고 파스타에도 넣고 국수에도 넣어 먹었다. 800g 짜리 한 봉지를 털어 서너끼에 다 먹었다.





족발은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난이도는 쉬웠다. 간장과 설탕 양만 맞춰주고 한참 삶기만 하면 그만이다. 계피, 마늘, 생각, 타임, 팔각 등 향신료를 잔뜩 들이부었더니 맛이 좋았다.
양이 많았던 만큼 세끼에 나누어 먹었다. 초밥해먹겠다고 사둔 초절임은 족발과도 궁합이 맞았다.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족발 국물'이었다. 식혀서 기름을 걷어 두고 양념 간장으로 썼다. 적당히 물을 타서 국수를 해 먹으면 돈코츠 라멘 비슷한 맛이 났다.


쌀보다 양파가 더 많은 리조또
어렸을 때는 콩밥이 나오면 끼니를 걸렀다. 이제는 스스로 완두콩 통조림을 뿌려먹는 어른이 되었다.
오래된 치즈를 처리할 방법을 찾다가 콘치즈를 해 먹었고, 몹시 짰다.
계란탕인지 해물탕인지 알 수 없는 무엇. 국물 맛 낼 고기가 없어서 고민하다가 육수포 세개를 넣고 끓이니 그것으로 충분했다. 새우는 오늘로 끝났다.
냉장고 털기. 냉장고 털기. Reviewed by Kopano on 4월 24, 2020 Rating: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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